마운자로 투약 38일차, 제주 넷째 날입니다. 오늘은 결과부터 자백하겠습니다 — 38일 만에 컵라면을 먹었습니다. 그것도 제가 직접 만든 김치볶음밥 두 공기에 얹어서요. 오전엔 문섬에서 펀 다이빙 2회에 물속 78분을 보내고 온 날인데, 점심에서 탄수화물 파티가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죄책감을 갚으러 저녁엔 고근산 계단 900개를 올랐고요. 다이빙 영상 8편과 함께, 웃음과 자책이 반반 섞인 하루의 기록입니다.
이 글은 어떠한 대가도 받지 않고, 작성자가 직접 경험·조사하여 자발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마운자로 5.0mg 38일차(6주차, 투약 이틀 뒤).
· 아침 하루견과+올리브오일 캡슐 / 점심 직접 만든 김치볶음밥 두 공기+컵라면(38일 만의 라면) / 저녁 이태리치킨 몇 조각+콜라 500ml.
· 간식은 유동커피 아이스 필터커피 한 잔. 물은 넉넉히 — 적어도 변비는 없습니다.
· 운동은 펀 다이빙 2회 총 78분(개인 과제: 중성부력·호버링, 일행들은 환경정화까지) + 고근산 오름 50분(계단 900개).
· 식욕 5점 만점에 3점. 등산 중 트림이 많았던 것 외에 메스꺼움·피로·두통 없음, 수면도 문제없음.
※ 어디까지나 38일차 개인 기록이고, 체감·수치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오전 펀 다이빙 — 숙제가 없어도 과제는 스스로 정합니다
아침은 물에 들어가는 날의 고정 루틴, 하루견과 한 팩에 올리브오일 캡슐로 가볍게. 어드밴스드 과정의 필수 다이빙은 어제로 마쳤기 때문에(내일 야간 다이빙 하나가 남긴 했습니다) 오늘은 정해진 교육 없이 즐기는 펀 다이빙 날입니다. 어제와는 다른 문섬 포인트에서 2회, 물속에서만 78분. 그렇다고 마냥 논 건 아니고요 — 숙제가 없으면 과제를 스스로 정하면 됩니다.
오늘 제가 정한 개인 과제는 딱 두 가지였습니다. 잠수용 무게추를 어제와 달리 가슴 쪽에 달아 가로로 눕는 자세를 잡는 것, 그리고 다이빙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중성부력과 호버링에 익숙해지는 것. 두 탱크 내내 이 둘에 신경을 쓰면서 다녔더니 확실히 어제보다 나은 다이빙이 됐습니다. 하나씩 배우면서 성장하는 맛, 이게 언제나 즐겁습니다.
그리고 함께한 일행분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바닷속 환경 정화 활동까지 하셨습니다. 낚시줄, 종이박스, 그물망, 어선 부표까지 — 눈에 띄는 대로 주워 담으시더라고요. 제주 바다에서 동남아 부럽지 않은 산호를 계속 보려면, 결국 바다부터 지켜야 하니까요. 옆에서 보고 있으면 존경심이 절로 생기는 분들입니다.
그 와중에 서귀포 바다는 오늘도 볼거리를 쏟아냈습니다. 말미잘 속에 숨은 흰동가리부터 연산호 사이를 지나는 범돔 떼,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다가 스르륵 움직이는 광어까지. 어제 딥 다이빙에서 배운 대로 색이 가라앉은 세상인데도, 이 바다는 볼 때마다 기대 이상입니다.
과제에 조금씩 익숙해지니 물속에서 여유도 생겼습니다. 카메라를 향해 손하트를 날리고, 다 같이 줄지어 유영하고, 연산호 기둥 앞에서는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물속에서 이런 여유가 생기기까지 딱 사흘 걸렸네요.

점심 — 셰프 데뷔한 김치볶음밥, 그리고 38일 만의 컵라면
다이빙을 마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사무치는 허기. 오늘은 식당 대신 다이빙샵 주방을 빌렸습니다. 어제 바베큐 파티에서 남은 고기와 김치가 있길래, 제가 팔을 걷어붙이고 김치볶음밥을 만들어서 오늘 다이빙한 사람들과 다 같이 나눠 먹었거든요. 다행히 그럭저럭 먹을 만하게 나와서 셰프 데뷔전은 무사히 치렀습니다.


다이빙샵 주방에서 셰프 데뷔. 어제 남은 바베큐 고기가 들어가서 실패할 수가 없는 조합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사건이 벌어집니다. 일행의 제안으로 투약 후 첫 라면, 김치 큰사발면 하나를 곁들였거든요. 38일 만의 라면. 결론은 — 진짜, 진짜, 진짜 맛있었습니다. 비싼 산해진미고 나발이고 다 필요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똑똑한 화학자들은 전부 식품회사에 계신 게 분명해요. 예전에 한 방송에서 몸 관리 중인 배우가 컵라면 하나 들고 와 “한 달에 한 번 있는 날이야”라며 행복해하던 장면이 있었는데, 오늘 그 마음을 완전히 이해했습니다.

문제는 양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탄수화물 앞에서 밥공기에 덜어 먹다 보니 두 공기를 먹어버렸고, 거기에 컵라면 하나까지. 마운자로를 맞고도 이게 되는구나 싶었는데 — 대신 그 값은 확실했습니다. 배가 너무 불러서 저녁 8시에 먹은 치킨은 몇 조각 만지지도 못했거든요. 식욕이 폭주한 게 아니라, 하루 먹을 양을 점심에 몰아서 당겨 쓴 느낌에 가깝습니다.
한 가지 더. 제가 밥을 차렸다고 다이빙 강사님이 샵 티셔츠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어제는 경품으로 텀블러를 주시더니, 전부 파는 제품인데 이렇게 나눠주시면 남는 게 있으신 건지 모르겠어요. 배우는 사흘 내내 느꼈지만, 이 샵은 사람을 참 기분 좋게 만듭니다.
유동커피 — 서귀포 원도심의 아이스 필터커피 한 잔
배가 터지게 부른 상태로 소화도 시킬 겸 찾아간 곳은 서귀포 원도심의 유동커피. 오늘의 간식이자 유일한 군것질은 아이스 필터커피 한 잔입니다. 일행은 크림라떼를 골랐고요. 어제 밀크쉐이크에 비하면 오늘은 아주 모범적인 선택이었다고 자평합니다. 점심의 일을 생각하면 이 정도 절제는 해야죠.


서귀포 매일올레시장 근처의 유동커피. 간판부터 커피 좀 하게 생겼습니다.


바 좌석과 제 아이스 필터커피. 다이빙 뒤의 커피는 못 참습니다.

죄책감의 고근산 — 계단 900개, 심박수 170의 현실 점검
커피를 마시고도 마음 한구석이 계속 무거웠습니다. 오늘은 많이 먹었다기보다 탄수화물을 몰아 먹은 날이라는 게 마음에 걸렸거든요. 그때 일행이 근처에 전망 좋은 낮은 산이 있다며, 왕복 한 시간이면 된다길래 — 죄책감도 덜어내고 저녁 치킨의 명분도 쌓을 겸, 해가 지기 전 6시 반쯤 고근산에 올랐습니다. 벌 받으러 간 셈이죠.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 오른쪽은 쉬는 척이 아니라 진짜 쉬는 중입니다.
그리고 현실을 만났습니다. 평지만 걷다가 계단을 오르니 허벅지와 종아리가 덜덜 떨리고, 심박수는 170까지 치솟더군요. 계단을 900개는 오른 것 같은데, 같이 간 일행은 심박수 140에 숨도 안 가쁜 눈치인데 저만 턱끝까지 차올라서 여기가 무슨 한라산인가 싶었습니다. 다이빙으로 운동한 기분을 내고 있었지만, 아직 제대로 된 운동을 할 수 있는 몸이 아니라는 걸 새삼 확인했네요. 트림은 또 왜 이렇게 나오는지 — 오늘 부작용다운 부작용은 이 트림이 전부였습니다.
그래도 정상에서의 보상은 확실했습니다. 서귀포 시내와 바다, 범섬까지 한눈에 담기는 360도 일몰 전망. 가민 기록으로는 1.83km에 50분 2초, 평균 페이스 27분 25초/km — 숫자는 산책인데 심박수는 등반이었던 저녁 운동이었습니다.


저녁 이태리치킨 — 3조각에서 멈춘 손, 콜라만 완주
등산으로 소화가 다 됐겠거니 하고 저녁 8시쯤 찾아간 곳은 서귀포 법환동의 이태리치킨. 프라이드·양념·갈릭간장 세 가지 맛이 한 번에 나오는 시그니처 메뉴를 시켰습니다. 그런데 웬걸, 잘 들어가는 건 콜라뿐이었습니다. 점심의 탄수화물 파티가 아직 끝나지 않았던 거죠.



시그니처의 프라이드와 양념. 비주얼은 완벽했는데 제 위장이 준비가 안 됐습니다.


갈릭간장, 그리고 각자 앞에 놓인 500ml 콜라. 제 몫은 깔끔하게 완주했습니다.
솔직하게 기록하면 — 그만 먹고 싶다는 신호가 온 건 딱 3조각 먹었을 때였습니다. 앞에 놓인 음식이 아까워서 2조각을 더 먹고 내려놓았고요. 예전의 저라면 치킨 앞에서 상상도 못 할 일입니다. 다만 제로가 아닌 진짜 콜라 500ml 하나는 혼자서 시원하게 해결해버렸으니, 오늘은 여러모로 많이 먹은 날이 맞습니다.
오늘의 결론. 마운자로 38일차에도 마음만 먹으면 밥 두 공기에 컵라면을 먹을 수 있습니다 — 하지만 몸이 그 값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가, 저녁 치킨 앞에서 3조각 만에 계산서를 내밀더군요. 식욕이 폭주하는 게 아니라 하루 전체의 총량이 어딘가에서 맞춰지는 느낌, 이게 요즘 제일 신기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계단 900개에 심박수 170을 찍으면서, 살을 빼야 하는 이유를 다리로 배웠습니다. 내일은 이번 여행의 마지막 과제, 야간 다이빙입니다. 내일도 솔직하게 남겨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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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개인 마운자로 투약 경험 기록 · 기준일 2026-07-26 · Lighterly(라이터리)
이 글은 어떠한 경제적 대가도 받지 않았으며, 작성자가 직접 구매·경험·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