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산 비만치료제, 왜 한국에 못 가지고 들어올까? 식약처에 직접 제안해 봤습니다

마운자로를 맞고 있는 입장에서, 약값 고지서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같은 약인데 왜 일본에서는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일까?” 그리고 더 이상한 건, 이 질문에 정부의 어느 부처도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약가는 못 정한다며 손을 떼고, 그 비싼 약값을 피해 해외로 나간 국민은 세관에서 약을 압수당합니다. 부담도 국민 몫, 처벌도 국민 몫입니다.

이 글은 어떠한 대가도 받지 않고, 작성자가 직접 경험·조사하여 자발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그래서 저는 불평 대신 다른 방법을 택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국민신문고(국민제안)에 “해외 비만치료제 개인 반입을 부분적으로 허가해 달라”는 제안을 직접 접수한 것입니다. 오늘은 그 제안서에 담았던 내용과, 왜 지금의 제도가 문제라고 생각하는지를 정리해 공유합니다.

먼저 결론부터
· 같은 마운자로 2.5mg 4주분이 일본 정가 약 5.5만원, 한국 시세 약 27.8만원 — 약 5배 차이입니다.
· 그런데 현행 규정상 해외에서 사 온 비만치료제는 반입이 제한되고 적발 시 압수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해외 구매를 권하는 글이 아닙니다.
· 그래서 “정부 감시하의 부분적 허용”을 식약처에 직접 제안했습니다 — 그 내용을 공개합니다.

도대체 얼마나 차이가 나길래

말로만 “몇 배”라고 하면 감이 안 오실 테니, 용량별로 숫자를 보여드리겠습니다. ①은 일본의 공정 약가(보험 적용 없이 100% 본인부담으로 계산한 정가, 2026년 8월 약가 개정 이후 기준), ②는 한국인 관광객이 실제로 접하게 되는 일본 클리닉의 자유진료 가격, ③은 한국 병원의 처방 시세입니다. 모두 4주분(펜 4개) 기준입니다.

용량 ① 일본 정가(10할) ② 일본 관광객 자유진료가 ③ 한국 시세
2.5mg¥5,772
(약 5.5만원)
¥16,000~30,000
(약 15만~28.5만원)
278,000원
5mg¥11,544
(약 11만원)
¥30,000~55,000
(약 28.5만~52만원)
369,000원
7.5mg¥17,316
(약 16.5만원)
¥40,000~
(약 38만원~)
521,000원
10mg¥23,088
(약 22만원)
¥45,000~
(약 42.8만원~)
521,000원

환율 100엔=약 950원 적용, 한국은 비급여 시세 조사 기준(병원마다 다름). 2026년 7월 기준.

같은 마운자로 2.5mg 4주분, 나라별 가격
일본 정가는 2026년 8월 약가 개정 반영
한국 시세
27.8만
일본 관광객가
15만~
일본 정가
5.5만
외국인에게 웃돈을 붙인 관광객 가격조차 한국 시세의 절반 근처다.
출처: 일본 후생노동성 약가(2026-08 개정) · 일본 클리닉 공시가 · 국내 비급여 시세 조사

이 표에서 봐야 할 지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일본의 정가(①)와 한국 시세(③)의 격차입니다. 2.5mg 기준 5.5만원 대 27.8만원, 5배 차이입니다. 5mg도 11만원 대 36.9만원으로 3배가 넘습니다. 같은 제약사가 만든 같은 약의 ‘정가’가 나라에 따라 이렇게 벌어져 있습니다.

둘째, 더 뼈아픈 쪽은 ②입니다. 관광객에게 웃돈을 붙여 파는 자유진료 가격조차 한국 병원 가격보다 싸거나 비슷합니다. 2.5mg을 일본 클리닉에서 최저가로 처방받으면 15만원, 한국의 절반 근처입니다. 외국인 관광객용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에조차 지는 것이 지금 한국의 약값입니다. 후쿠오카 왕복 항공권 값을 더해도 계산이 남는다는 ‘원정 구매’ 후기가 쏟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여기서 하나 더. 표의 ①은 일본 정부가 2026년 8월 1일부터 마운자로 약가를 일률 25% 인하한 결과입니다. 시장이 급격히 커지자 ‘지속가능성 특례’라는 새 규칙까지 만들어 약값을 끌어내린 겁니다. 같은 시기, 몇 배 비싼 약값을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정부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격차는 비밀이 아닙니다. 2025년부터 주요 언론이 반복해서 보도했고, 정부도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는데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 — 그것이 이 글에서 짚으려는 문제입니다.

같은 약인데 왜 한국만 비쌀까

위고비, 마운자로 같은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국내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약품입니다. 급여 약과 달리 비급여 약은 정부가 약가를 정하거나 조정할 수단이 없습니다. 가격은 전적으로 제약사 공급가와 병원의 자율 책정에 맡겨져 있죠.

그 결과가 위에서 본 가격표입니다. 같은 성분, 같은 용량의 약이 바다 하나 건넜다고 3~5배 비싸지는 구조가 굳어진 것입니다. 비만치료제는 몇 달에서 1년 이상 장기 투여가 전제되는 약입니다. 이 가격 차이가 쌓이면 환자 한 명당 연간 수백만 원의 부담 차이가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묻고 싶습니다. “비급여라서 약가를 통제할 수 없다”는 말은 설명이지, 면책이 아닙니다. 통제할 수단이 없으면 수단을 만드는 게 정부가 할 일인데, 지금까지 나온 대책은 사실상 없습니다. 제도의 공백을 방치한 채 그 비용을 고스란히 환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셈입니다.

비만치료제 해외 반입 논란 GLP-1 주사 펜 마운자로 일본 가격 비교
같은 펜, 같은 성분 — 바다를 건너면 가격이 3~5배 벌어집니다. (이미지: Pexels)

그래서 다들 해외에서 사 온다? 현실은 ‘반입 제한’

이 가격 차이가 알려지면서 2025년쯤부터 해외, 특히 일본에서 비만치료제를 처방받아 사 오는 사례가 입소문을 탔습니다. 도쿄·오사카·후쿠오카의 일부 클리닉은 아예 한국어 안내문을 걸고 한국인 관광객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비만치료제는 전문의약품이라 원칙적으로 개인 휴대 반입이 제한되고, 세관에서 적발되면 압수·폐기될 수 있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면, 현행 규정상 해외에서 구매한 비만치료제를 임의로 국내에 들여오는 것은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해외 구매를 권하는 글이 아닙니다. 다만 이 지점에서 정부의 태도를 짚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민이 왜 해외까지 가서 약을 사 오는지에 대한 원인 분석과 대책은 없이, 결과에 대한 단속만 있습니다. 비싼 약값이라는 병의 원인은 놔두고, 그 증상으로 나타난 해외 구매만 처벌하는 것. 이것이 과연 국민 건강을 보호하는 규제인지, 아니면 행정 편의를 위한 규제인지 묻고 싶습니다.

금지가 만든 위험,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습니다

제안서의 ‘현황 및 문제점’에 적은 핵심은 이것입니다. 전면 금지는 반입을 막지 못한 채 수요를 음지로 밀어낼 뿐이고, 음지에서 생기는 위험은 규제를 만든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 온몸으로 감당합니다.

  • 위조약 위험 — 비공식 경로에서 산 약이 정품이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오젬픽(위고비와 같은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펜의 겉모습을 흉내 냈지만 안에는 인슐린이 든 위조 제품이 정식 유통망에서까지 적발돼 FDA가 경고를 냈습니다. 모르고 맞으면 저혈당 쇼크로 이어질 수 있는, 생명이 걸린 문제입니다.
  • 콜드체인 붕괴 — GLP-1 주사제는 2~8℃ 냉장 보관이 필수입니다. 개인이 임의로 들고 오는 과정에서 보관 조건이 깨지면 약효가 떨어지거나 변질될 수 있습니다.
  • 관리 공백 — 음성적으로 들여온 약은 의사의 처방·경과 관찰 없이 자가 투여됩니다. 부작용이 생겨도 대응이 늦고, 기록도 남지 않습니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정반대 문제도 있습니다. 치료가 필요 없는 낮은 BMI인데도 미용 목적으로 쉽게 처방되는 오남용이죠. 정작 필요한 사람은 가격 때문에 못 맞고, 필요 없는 사람은 쉽게 맞는 이중 왜곡입니다. 국민의 해외 반입은 그렇게 엄격히 막으면서, 정작 국내 처방 오남용 관리는 이토록 허술하다는 것 — 규제의 잣대가 어디를 향해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그래서 식약처에 이렇게 제안했습니다

제안서의 ‘개선방안’에는 무조건 열어 달라는 게 아니라, 정부 감시하의 3단계 사전허가제를 담았습니다.

식약처 국민신문고 비만치료제 해외 반입 개인 제안 접수 알림톡 캡처
제안 접수 직후 받은 국민신문고 알림톡 —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접수되었습니다. (접수번호는 가렸습니다)
  1. 국내 진단 — 국내 병원에서 BMI 수치와 의사 소견이 담긴 진단서를 발급받는다.
  2. 식약처 사전 허가 — 진단서를 근거로 식약처에서 반입 허가서(품목·수량·유효기간 명시)를 받는다.
  3. 현지 구매 + 통관 — 허가서를 들고 출국해 현지 병원 진료 후 구매하고, 영문 진단서를 받는다. 입국 시 두 서류를 제시하면 최대 3개월분(12펜)까지 통관을 허용한다.

앞서 말한 위험들에 대한 안전장치도 함께 제안했습니다. 구매처를 현지 정식 허가 의료기관·약국으로 한정하고, 통관 때 영수증과 제품 로트번호를 신고해 위조품을 걸러내며, 냉장 보관·운반 요건 준수를 서약하게 하는 것. 그리고 오남용을 막기 위해 허가 기준을 국내 허가사항의 BMI 기준과 일치시키고, 허가 이력을 전산 등록해 중복 반입과 재판매를 차단하는 내용입니다.

역설적이지만, 이렇게 하면 정부의 관리 능력은 지금보다 오히려 강해집니다. 지금은 누가 무엇을 들여오는지 파악 자체가 안 되지만, 사전허가제에서는 반입자·품목·수량이 전부 기록으로 남으니까요.

채택되면 뭐가 달라질까

기대효과로 적어 낸 내용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합법적인 해외 구매 경로가 생기면 국내 가격에도 주변국 수준으로 내려가려는 경쟁 압력이 생깁니다. 정부 재정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비급여 약가 문제를 시장 기전으로 보완하는 방법입니다. 둘째, 이미 존재하는 음성 수요가 안전한 경로로 흡수되면서 위조약·변질약 위험이 줄어듭니다. 셋째, 장기적으로는 비만 치료 접근성이 넓어지면서 당뇨·고혈압 같은 후속 질환 예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제안이 그대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도 압니다. 어쩌면 “관계 법령상 곤란하다”는 정형화된 답변이 돌아올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답변조차 기록으로 남습니다. 몇 배씩 비싼 약값을 알면서도 방치했고, 대안 제안에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는 기록 말이죠. 저는 그 기록을 남기러 제안서를 썼습니다.

저처럼 매달 약값 고지서 앞에서 한숨 쉬는 분들이 계시다면, 목소리를 내는 방법이 커뮤니티 불평 말고도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국민신문고 제안은 로그인만 하면 누구나 20분이면 쓸 수 있습니다. 같은 목소리가 쌓일수록 “검토하겠다”는 답변의 무게도 달라질 겁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부분적 허용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아니면 지금처럼 금지가 맞다고 보시나요. 댓글로 의견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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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라이터리(Lighterly)
2026년 6월 21일 173cm · 124kg에서 시작해 마운자로를 맞고 있습니다. 이 글은 투약 5주차에 쓴 기록입니다.
처방약 투약은 가족에게도 직장에도 알리지 않은 개인 건강 정보라 필명으로 씁니다. 신원 대신 병원 체중계와 인바디 측정 기록으로 검증받으려 합니다.
의료인이 아닙니다. 처방과 용량은 담당 의사 지시를 따르세요.
문의 [email protected]
본 글은 개인의 경험과 공개 정보, 그리고 작성자가 국민신문고에 접수한 제안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비만치료제 사용은 반드시 의사와 상담 후 결정하시기 바라며, 현행 규정상 전문의약품의 개인 해외 반입은 제한될 수 있으므로 이 글의 어떤 내용도 해외 구매·반입을 권유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책 비판은 작성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주요 출처: 일본 중앙사회보험의료협의회·후생노동성 약가 고시(마운자로 25% 인하, 2026-08-01 적용) · 일본 클리닉 자유진료 공시가(2026-07 조사) · 국내 비급여 시세 조사(닥터나우·나만의닥터 등, 2026-07) · 미국 FDA 위조 오젬픽(세마글루타이드) 경고(2025-04) · 국내 언론 보도(한국일보 2025-09, 국민일보·문화일보 2026-06) · 기준일 2026-07-21 · Lighterly(라이터리)

이 글은 어떠한 경제적 대가도 받지 않았으며, 작성자가 직접 구매·경험·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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